웹툰 "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<에필로그>" 에서, 이찬란이 윤도래에게 하는 말.
"나 블로그에 '선악(善惡)'에 대해 쓸 거야. 포스트모더니즘이 선악을 어떻게 왜곡했는가' 에 대해 써야할거 같아."
"하긴, 요즘.. '각자 즐거운 게 자신의 선이다.' 란 식의 상대주의가 만연하지. 그게 세련된 것처럼 포장돼 있고"
"맞아, 누구도 누구에게 '절대적인 선악의 기준을 들이대선 안 된다.' 는 논리가 되려 절대적인 선악의 기준이 됐어"
"모순적이네. 모든 걸 선이라고 두둔해주느라 '악을 악이라' 말할 자유가 없어지니..."
"그러면 악을 당하는 피해자들은 어디에 호소할 수도 없어. 많은 사람들이 악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말하니까... 악하다고 정확히 판단하고, 책망하면 오히려 그 '판단과 책망이 나쁘다' 고, '평화를 해친다' 고 바난받아. 선은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하면서, 무조건적인 포용은 강요하는 분위기지."
"...선악이 완전히 뒤바뀌었네."
"악한 것에 '포용', '평화', '통일' 같은 선한 단어를 가짜로 바르니까 모두가 혼동하는 거야. 주목해야 할 건 '근본적인 악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' 인데. 우린 그저, 그 악을 '판단하고 배척하는 것이 선이냐,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선이냐' 만 이야기하고 있어."
"이미 말려버렸구만. 잘못된 터 위에서 싸움판이 벌어졌으니.."
"그렇지, 악한 상태에서의 이해, 포용은 진짜가 아니야. 가짜로 이뤄지는 가짜 연합, 가짜 평화지. 근데 지금 전세계적으로 그 '가짜' 에 열광하는 분위기잖아"
"..그러게.. 그 흐름 뒤에는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지 않으려는 이기심, 무지가 깔려 있는데..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쉽게 위대한 걸 이루려고들 하지."
"...난 어릴 적에 부당한 일을 당할 때마다, 한 어른이라도 진리를 말해주길 바랐어. 이제.. 나라도 그 일을 해야 할 거 같아. '악' 은 포용의 대상이 아니고 책망의 대상이야. 타락한 권위지가 악한 체제를 포기하지 않으면 진정한 평화는 없어. 가짜 평화는 악이 실행될 수 있도록 도울 뿐이야."
"...그런 이야기하기 쉽지 않을 거야. 사람들한테 오해나 비난도 많이 받을 거고."
"각오하고 있어. 영웅심리로 하는 일이 아냐.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을 하려는 거야. 다시는 '내가 찬란해야만 한다' 는 자기 연민, 자아 숭배에 빠져서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무시하지 않을 거야."